CCNA를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명령어부터 외우는 것이다. show ip interface brief 같은 명령어는 외운다고 시험에 붙지 않는다. 어떤 계층에서, 어떤 데이터가, 어떤 형태로, 어떤 장비를 거쳐 움직이는지가 머릿속에서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져야 한다. 그 그림의 뼈대가 OSI 7계층 모델과 TCP/IP 모델이다.
1장의 목표는 이 두 모델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두 모델을 “네트워크 문제를 보는 사고 도구”로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실제 시험에서도, 실무에서도, 트러블슈팅은 거의 항상 “지금 이 증상이 몇 계층 문제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 네트워크 모델이 왜 필요한가
네트워크는 한 줄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트북에서 메시지를 보내면 그 데이터는 운영체제, 네트워크 카드, 케이블, 스위치, 라우터, 인터넷, 그리고 반대쪽 서버의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까지 통과한다. 그 모든 단계를 한 덩어리로 보면 어떤 문제가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만든 것이 계층 모델이다. 큰 흐름을 의미 있는 단위로 잘라서, 각 계층이 어떤 역할만 책임지는지 정의한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이점이 생긴다.
첫째, 문제 영역을 좁힐 수 있다. 핑이 나가지 않으면 3계층까지는 의심해 봐야 하지만, 7계층 애플리케이션은 일단 빼고 본다. 반대로 핑은 잘 가는데 웹페이지가 안 열리면 1~3계층은 정상이고 그 위쪽을 들여다본다.
둘째, 표준을 모듈처럼 끼워 맞출 수 있다. 같은 3계층 IP 위에 TCP가 올라가도 되고 UDP가 올라가도 된다. 같은 2계층 이더넷 위에 IPv4가 올라가도 되고 IPv6가 올라가도 된다. 계층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한 부분을 바꿔도 전체를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된다.
CCNA에서 계층 모델을 묻는 문제는 단순 암기형으로도 나오지만, 더 자주는 “이 증상은 어느 계층 문제인가” 형태로 나온다. 모델을 사고의 도구로 익혀 두는 편이 점수에도 유리하다.
- OSI 7계층 모델
OSI(Open Systems Interconnection) 모델은 1980년대 ISO가 만든 이론적 참조 모델이다. 실제 인터넷이 OSI 위에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네트워크를 설명하고 토론하는 공통 언어로 자리 잡았다. CCNA 시험에서도 OSI 계층 번호와 역할은 거의 항상 나온다.
7계층은 위에서 아래로 다음과 같다.
7계층 — 응용 계층(Application). 사용자가 직접 만나는 프로토콜. HTTP, HTTPS, DNS, SMTP, FTP, SSH가 여기에 속한다. “브라우저에서 페이지가 안 열린다”는 증상이 처음 들어오는 계층이다.
6계층 — 표현 계층(Presentation). 데이터 표현 방식을 표준화한다. 문자 인코딩, 압축, 암호화가 여기서 다뤄진다. CCNA 시험에서는 비중이 낮다.
5계층 — 세션 계층(Session). 통신 세션을 열고, 유지하고, 닫는다. RPC, NetBIOS 같은 것이 예시로 자주 언급된다.
4계층 — 전송 계층(Transport). 종단 간 데이터 전달을 책임진다. TCP와 UDP가 이 계층의 주인공이다. 포트 번호로 어떤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인지 식별한다. CCNA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4계층 키워드는 TCP의 3-way handshake, 윈도우, 재전송과 UDP의 비신뢰성·저오버헤드다.
3계층 — 네트워크 계층(Network). 서로 다른 네트워크 사이로 데이터를 보낸다. IP 주소가 여기에 산다. 라우터가 일하는 계층이다. 라우팅, 서브넷팅, ICMP가 모두 3계층이다.
2계층 — 데이터 링크 계층(Data Link).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프레임을 전달한다. 이더넷, MAC 주소, 스위치가 여기에 속한다. 이 계층은 LLC와 MAC 두 부계층으로 나뉜다.
1계층 — 물리 계층(Physical). 비트를 전기·빛·전파 신호로 바꿔 매체에 흘려보낸다. 케이블, 커넥터, 광 파이버, 무선 주파수, 전압 규격이 여기에 속한다. 케이블이 빠지면 1계층 다운이다.
이름을 외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1번부터 외운다면 “Please Do Not Throw Sausage Pizza Away”가 흔히 쓰인다. 시험에서는 번호와 이름, 그리고 대표 프로토콜·장비를 짝지을 수 있어야 한다.
- TCP/IP 모델
TCP/IP 모델은 OSI보다 먼저 만들어졌고, 실제 인터넷이 돌아가는 토대다. 정의에 따라 4계층 모델 또는 5계층 모델로 표현된다. CCNA 자료에서는 보통 4계층 버전을 쓴다.
4계층 — 응용 계층(Application). OSI의 5, 6, 7계층을 한데 묶었다. HTTP, DNS, SSH 같은 프로토콜이 여기에 들어간다.
3계층 — 전송 계층(Transport). OSI 4계층과 같다. TCP, UDP가 그대로 들어간다.
2계층 — 인터넷 계층(Internet). OSI 3계층과 대응한다. IPv4, IPv6, ICMP, ARP가 여기 들어간다. ARP의 위치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CCNA에서는 인터넷 계층 근처에서 다루면 충분하다.
1계층 — 네트워크 접근 계층(Network Access) 또는 링크 계층. OSI의 1, 2계층을 묶었다. 이더넷, Wi-Fi, MAC 주소, 케이블이 모두 여기 속한다.
4계층 모델은 실제 구현을 반영한다는 점이 강점이고, 7계층 모델은 토론과 분석에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같은 현상을 두 가지 자(尺)로 재 보는 것에 가깝다.
- OSI와 TCP/IP 비교
CCNA 시험에서 두 모델의 매핑을 묻는 문제는 매우 흔하다. 정리해 두면 다음과 같다.
OSI 7, 6, 5 → TCP/IP 응용 계층 OSI 4 → TCP/IP 전송 계층 OSI 3 → TCP/IP 인터넷 계층 OSI 2, 1 → TCP/IP 네트워크 접근 계층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부분은 ARP의 위치, ICMP의 위치, 그리고 “스위치는 몇 계층 장비인가”다.
ARP는 IP 주소를 MAC 주소로 바꿔준다. IP(3계층)와 이더넷(2계층) 사이에서 동작한다. 시험에서는 “2계층과 3계층 사이” 또는 “네트워크 계층의 보조 프로토콜”이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ICMP는 IP 패킷에 실려 다니지만, 자체는 IP와 함께 움직이는 3계층 프로토콜이다. ping, traceroute가 ICMP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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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는 기본적으로 2계층 장비다. MAC 주소 테이블을 보고 프레임을 포워딩한다. 하지만 L3 스위치, 멀티레이어 스위치는 IP 라우팅도 한다. CCNA에서는 “기본 스위치는 2계층, L3 스위치는 2계층과 3계층 모두”라고 답하면 된다.
라우터는 3계층 장비다. IP 주소를 보고 라우팅 테이블에 따라 다른 네트워크로 패킷을 보낸다.
- 캡슐화와 디캡슐화
데이터가 송신측에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각 계층의 헤더를 붙이는 과정을 캡슐화(encapsulation)라고 한다. 수신측에서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헤더를 벗긴다. 이를 디캡슐화(decapsulation)라고 한다.
브라우저에서 웹페이지를 요청하는 단순한 사례를 따라가 보면 다음과 같다.
응용 계층에서 HTTP 요청 메시지가 생긴다.
전송 계층에서 TCP 헤더가 붙는다. 출발지 포트는 임의의 임시 포트, 도착지 포트는 80(HTTP)이나 443(HTTPS)이 들어간다. 이 시점부터 단위는 세그먼트(segment)다.
네트워크 계층에서 IP 헤더가 붙는다. 출발지 IP, 도착지 IP가 들어간다. 단위는 패킷(packet)이다.
데이터 링크 계층에서 이더넷 헤더와 트레일러가 붙는다. 출발지 MAC, 도착지 MAC, FCS가 들어간다. 단위는 프레임(frame)이다.
물리 계층에서 프레임이 비트로 변환돼 매체로 흘러간다.
수신측은 반대 순서로 헤더를 벗긴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트러블슈팅에서는 강력하다. “핑은 가는데 텔넷이 안 된다”면 1~3계층은 정상이고 4계층(TCP/포트) 또는 그 위쪽이다. “인터페이스는 up인데 핑이 안 간다”면 1, 2계층은 정상이고 3계층(IP 설정, 라우팅) 의심으로 좁혀진다.
- PDU와 단위 이름
각 계층의 데이터 단위(PDU, Protocol Data Unit)는 이름이 정해져 있다. 시험에서 자주 묻는다.
7~5계층 → 데이터(data) 4계층 → 세그먼트(segment, TCP) 또는 데이터그램(datagram, UDP) 3계층 → 패킷(packet) 2계층 → 프레임(frame) 1계층 → 비트(bit)
“세그먼트는 어느 계층의 PDU인가” “라우터는 어떤 단위로 포워딩하는가” 같은 질문이 변형돼서 나온다. 단위 이름과 계층, 장비를 한 줄에 묶어 두는 편이 좋다.
- 트러블슈팅 사고법 — 계층으로 좁히기
CCNA에서 모델을 배우는 진짜 이유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트러블슈팅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운용 중에 “인터넷이 안 돼요” 같은 신고가 들어오면, 머릿속에서 다음과 같은 순서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먼저 1계층을 확인한다. 케이블이 꽂혀 있는가. 인터페이스가 up/up인가. show interfaces status 출력에서 상태가 connected인가.
그 다음 2계층을 확인한다. MAC 주소가 학습되고 있는가. VLAN 할당이 맞는가. 트렁크라면 허용 VLAN에 포함되는가. show mac address-table, show vlan brief가 단서가 된다.
그 다음 3계층을 확인한다. IP가 같은 서브넷인가. 디폴트 게이트웨이가 맞는가. ping과 traceroute가 어디까지 나가는가.
그 다음 4계층을 확인한다. 포트가 열려 있는가. 방화벽 또는 ACL이 막고 있지 않은가. telnet으로 포트 도달 여부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응용 계층을 본다. DNS가 잘 풀리는가. 인증서가 유효한가. 서버 애플리케이션이 떠 있는가.
이렇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검증하는 패턴을 bottom-up troubleshooting이라고 한다. 반대로 응용부터 보고 내려가면 top-down이다. 사이스코 공식 자료에서도 두 방식을 모두 다루지만, 초보자에게는 bottom-up이 안전하다. 가장 흔한 원인이 1, 2계층이기 때문이다.
- 1장 정리
OSI 7계층과 TCP/IP 4계층은 단순한 암기 대상이 아니다. 네트워크 현상을 분해해서 보는 도구다. 이 도구가 손에 익으면 라우팅이든 스위칭이든 보안이든 모두 같은 사고법으로 풀린다.
이 장에서 반드시 손에 잡혀야 할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OSI 7계층의 번호와 이름, 대표 프로토콜, 대표 장비 TCP/IP 4계층과 OSI 7계층의 매핑 PDU 단위 — data, segment/datagram, packet, frame, bit 캡슐화와 디캡슐화의 방향 스위치는 2계층 장비, 라우터는 3계층 장비, L3 스위치는 2·3계층 ARP는 2와 3 사이, ICMP는 3계층 bottom-up 트러블슈팅의 순서
- 다음 장 예고
2장에서는 가장 아래 계층, 즉 물리 계층과 케이블링으로 내려간다. 이더넷 표준(10BASE-T부터 10GBASE-T, 그리고 SFP 광 모듈), UTP 카테고리, 광 케이블 종류, 스트레이트와 크로스오버 케이블, Auto MDI-X 같은 실무에서 자주 만나는 주제를 정리한다.
명령어 위주의 공부는 6장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전까지는 “네트워크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머릿속에 그려 두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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